W. Cleef
시공의 랑데뷰
4부: 다면적 세계 종말론
어느 날부턴가 종말이라고 부르는 날이 가까웠습니다.
수많은 말들이 난립하고 추측들이 성행하는 가운데서도 그 징조만큼은 확실하게, 또 끊임없이 도래합니다. 햇빛이 점차 줄어들고 땅은 메마르며, 식물과 동물들은 천천히 생기를 잃어갑니다. 문명에 의존하여 살아가고 있다 한들 그것이 얼마나 갈 수 있을까요. 불안과 미신, 이야기들이 성행합니다. 종종 많은 것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그것이 두려워 스스로 이 세상을 외면하기를 택합니다.
그래요. 지금 이곳은 제대로 된 것 어느 하나 없이, 의구심과 불확실한 것들만이 만연한 시대입니다. 그럼에도 이 종말의 근처에서 여전히 두 사람은 살아가고 있습니다. 어떤 방식으로건 나름의 일상을 구가하면서 말이에요.
그러던 어느 순간, 바람이 멈추고 파도 소리마저도 적막 아래 잠겼을 때에.
하늘 너머로 또다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.